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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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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3. 03 - 2018. 03. 31

작가 : 구창욱, 서희선, 이디스 현
전시기획 : 이정미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 전시는 『화이트잭』『모빌』『모얀의 숲』으로 이루어진 그림소설 <파라노이드 3부작Paranoid Trilogy>(오즈팩토리, 2017)에서 출발한다. 이 작업에 참여한 설치작가 구창욱, 그래픽디자이너 서희선, 소설가 이디스 현은 전시기획자 이정미와 더불어 지면과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 실험의 일환으로 전시 프로젝트를 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로 규정한다.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는 현대인의 한 징후로, 이미지의 과잉 소비로 인한 정서적 고갈 상태와 상상력을 발현하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구 사이에서 겪게 되는 불안과 분열을 의미한다. 대량 생산되는 이미지-자본이 인간의 고유한 경험을 대리하고 획일화하는 오늘날, 우리는 경험의 주체가 아닌 허구적 소비자로 살아간다. 자아의 정체성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상상력은 쓰지 않은 근육처럼 퇴화되고, 주체 형성에 수반되는 불안은 분열로 이어진다.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의 제안은 명확하다. 피할 수 없는 징후로서의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앓아내는 것. 퇴화된 근육, 상상력을 회복시켜 건강한 주체를 위한 비구상적인 운동에너지로 만드는 것.

구창욱 작가는 사진 이미지로 구축한 『모빌』의 세계 위에 이명을 더한다. 한 편의 정련된 서사시로서의 『모빌』에 현대적 비극의 코러스를 침투시킨다. 겹겹이 쌓아 올린 소리들의 착란적 증폭은 지어지는 동시에 와해되는 건축적 운동과도 같다. 서희선 작가는 지면 위의 그래픽에 우주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화이트잭』의 서사를 둘로 쪼개고 나누어 배가시키고 팽창시킴으로써 소설을 더 큰 분열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이디스 현 작가는 물질에서 의미를 길어내는 텍스트의 역방향에서, 해체함으로써 더욱 확장되는 역설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가 서술한 세 개의 파라노이아는 결국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하나의 추상으로 수렴된다. 전시장은 짓고 쌓는 건축적 운동(구창욱), 배가하고 증식하는 확장형 운동(서희선), 해체하고 환원하는 소멸의 운동(이디스 현)이 동시에 진행되는 다차원의 유희 공간이 된다.

감상하기보다는 관찰해야 할, 관조하기보다는 참조해야 할, 예술이 아닌 증상으로, <논오브젝티브 파라노이아>는 전시된다. 이는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연루되어 있는 각기 다른 증상들의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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