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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꽃닭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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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1 - 2022. 08. 27

작가 : 김시훈, 유창창, 함성주
기획 : 천미림


E.H.카는 역사(history)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끊임없이 이뤄지는 상호작용'이자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다. 역사는 사실 그 자체이자 동시에 역사가의 사유이기도 하다. 역사는 우리 삶의 지층과 지금을 기록하고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술과 궤를 같이 한다.

예술작품은 작가와 관객의 지속적 관계를 매개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허구와 실재를 오가면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관객은 작업으로부터 받은 봉투를 열어 그 안의 편지를 자기만의 언어와 색으로 채운다. 작품은 이 영구한 대화의 테이블이지만 언제나 적확한 대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역사가 결국엔 서로가 만들어내는 자기 해석이기에 본질적 의미가 있듯, 예술 또한 그 소통의 불능이 자기존재의 당위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소통과 불통을 넘나드는 수수께끼를 던진다. 김시훈, 유창창, 함성주는 특정한 단어로부터 문장, 문장으로부터 이야기, 이야기로부터 이미지까지 상호 대화의 '단서'를 던지면서 관객이 작품 안에서 자신의 의미들을 찾기를 제안한다. '단어-문장-이미지'는 서로를 넘나들며 매순간 시시각각 변모하는 지도를 그려내고, 관객은 전시장 안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끝이 나지 않는 길을 기꺼이 헤메이고 배회한다. 전시가 제안하는 예술은 작가들이 남긴 조약돌을 주워가며 추적하는 관객들의 사유와 해석을 통해 비로소 유동적이지만 완전한 현상으로 드러난다. 나는 이 무한히 쫓고 쫓기는 레이스가 예술가와 관객, 사실과 허구 사이의 영원한 상생을 유지한다고 믿는다. 모쪼록 세 명의 작가들이 펼쳐놓은 회화 속에서 흩뿌려진 단서들을 찾아 새로운 항해를 떠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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