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기계(β)〉는 구면기하학을 기반으로 생성된 곡면 형상을, 함수와 알고리즘을 통해 기하학적으로 변형하고, 그 연산 결과를 회화와 콜라주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연산 중에 발생하는 시각적 오류, 예기치 못한 출력값, 시스템 간의 충돌로부터 파생된 이미지까지 작업의 일부로 포함한다.

작가는 회화 제작 과정에 수식과 알고리즘을 도입함으로써, 기계적 연산의 물질성과 감각성을 탐색한다. 알고리즘은 이성을 매개로 하지만, 그 과정은 객관적 진리를 재현하기보다 의지와 욕망, 그리고 시스템 내부의 고유한 강박이 작동하는 장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연산과 감각, 계산과 직관, 규칙성과 오류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회화는 하나의 ‘추상화의 수행적 장치’로 작동하며, 추상회화의 문법을 확장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