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것은 그의 영혼일까. 혹은 영혼을 포함하는 그 사람의 총체일까. 웃을 때 보이는 덧니, 보조개, 뭉툭한 손, 조심스러운 몸짓, 상냥한 말투, 자주 쓰는 이모티콘, 나를 부르기 전에 목소리를 가다듬는 버릇. 이 모든 것이 없는 그 사람을 상상할 수 있을까. 책 또한 하나의 존재다. 본문 외에도 제목, 저자의 이름, 서문, 각주, 띠지의 글 등 다양한 텍스트와 여러 물성 그리고 책을 만드는 주체가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단지 본문뿐일까. 혹은 본문을 포함하는 책의 총체일까. <Text Outline>은 소규모 출판사의 책과 책을 구성하는 여러 텍스트, 물성과 출판사를 함께 소개하는 북 쇼케이스 전시다. 3주씩 2곳의 소규모 출판사를 초대한다. 제라르 주네트의 개념, 파라텍스트(para-texte)를 책의 물성과 책을 만드는 주체까지 확장하고, 그것을 책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책과 편집, 만화적 이미지와 텍스트 등 책에 따라 달라지는 파라텍스트를 통해, 소규모 출판사 책들의 총체에 다가가 본다.

*파라텍스트(para-texte)는 제라르 주네트의 『문턱(Seuils)』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에 의하면 파라텍스트는 제목, 저자 이름, 장르 표시, 서문, 발문, 각주 등으로 주텍스트(본문)를 보완하는 텍스트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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