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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새벽 (. ) ㄴ ㅜㄴ맞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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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3 - 2023. 12. 30

작가 : 정우미
서문 : 이서현
비평 : 이민주
제작 지원 : 최대용, 홍선영, 이재선, 이갑수
전경 사진 : 허유
도록 디자인 : 조태용
도움 : 밀리스트, 이재복⠀
후원 : 서울문화재단


그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 정우미 작가는 이 시간을 포착한다. 새벽은 친생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데려다 주고 떠난 시간과 입양모가 뜬 눈으로 아기와 밤을 지새우는 시간이 겹쳐있는 곳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간의 경계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오는 새벽 빛의 점들은 발화 이전의 재현 불가능한 것들처럼 보인다.

본 전시는 어둠으로 가려져 “눈 앞에 없는 존재”를 호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모든 것은 재현될 수 있다”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을 상기시킨다. 정우미는 입양 맥락 속 정보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전지적 시점에 관한 시선의 갈망을 시각화하여 ”결코 함께 놓인 적 없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겨진 적도 없었던 것들의 함께 놓기“를 실천한다.

영상 〈상자 속 상자 2>에서는 입양 삼자가 접근할 수 없는 정보로 촉발된 불안/상상의 이중성이 흐트러지며 사이-공간이 생성된다. 전작 〈상자 속 상자〉에서 정우미는 친생모가 다녀갔을 길에 입맞춤으로 노크하며 볼 수 없던 것과 마주하였다. 길 위에서 수행된 입맞춤의 흔적은 그녀가 말 없이 쓴 가라앉은 이야기를 수면 위로 건져 올린다. 이 연장선에서 〈상자 속 상자 2〉는 더 적극적으로 촉지적 감각을 활용한다. 입과 입의 마주침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은 입양 관계에서 야기되는 불특정성의 모든 시간을 공명시킨다. 입으로 시간을 써 내려가는 움직임은 입으로 말하고 눈으로 마주함으로써 지워진 이들을 현현한다. ’진실은 말하라고 재촉하는 자가 아닌 눈물과 침묵으로 폭로‘되는 것처럼.

〈하얀 새벽 ( .) ㄴ ㅜㄴ맞추ㅁ〉은 호명불가한 대상을 비추기 위한 조각난 반사경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챗GPT를 통해 얻은 입양 당사자들의 이미지를 시아노타입(청사진)으로 현상해 비재현적 영역을 해방시키는 발걸음을 시작한다. 그 이미지를 쪼개고 태우고 가리면서 드러나는 화면 위의 식별 불가능함은 클리셰를 제거하고 새로운 감각을 발현시킨다. 화면은 가볍게 타 날아가는 조각을 붙잡아 굳이 화면에 안착시키고 여러 겹으로 중첩시킨다. 안착되고 중첩되는 과정에서 상실된 방향성은 접근 불가능한 영역에 관한 불안을 환기한다. 이 불안은 비가시화된 존재인 타자를 잊거나 혹은 낭만화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척도 없는 공통 감각’을 제안한다.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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