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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ion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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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17 - 2023. 12. 07

작가 : 오제성
제작 도움 : 오주성, 권순한
설치 도움 : 나두민
도록 제작 : 오시선
그래픽 디자인 : 박지원
비평 : 정현(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새들 지원)
서문 교정 : 이세준
후원 : 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조각이 결과가 아닌 과정일 수 있을까?

나는 이번 전시가 어떤 곳으로 향해 가는 과정이고, 무엇에 대한 흔적이며 임시적인 것으로 보이길 바란다. 마치 퍼포먼스가 끝난 후 공기의 궤적만 남은 인상이길 기대한다. 전시 제목 <The Motion Sculpture>는 조각 자체가 만들어내는 동세를 염두하고 명명하였지만, 사실 조각 작품이 연결하고 있는 각종 행위를 포괄하고 있다. 조각 제작은 입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창작과 감상의 과정 또한 입체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움직임의 궤적은 조각이 놓인 전시장에 드러나지 않는다.

조각을 향한 움직임은 조각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부터 발생한다. 산을 오르고 풀숲을 헤쳐가면서, 바위를 넘고 고인 빗물을 밟아가며 동선을 만들고 어느 순간 자연의 문지방을 넘었을 때 먼 과거에 누군가가 만든 석상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조각은 너무 당연하게 의연한 자태로 있다. 나는 천천히 그 석상의 주변을 배회한다. 그리고 여기에 움직임을 하나 더 얹는다. 3D 스캐너의 전원을 켜고 조각상의 부분부분을 빠짐없이 꼼꼼히 촬영한다.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발 걸음도 아주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눈은 모니터와 조각을 번갈아 가며 사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현장에서 그렇게 즉흥적인 안무가 동선을 이어 나간다.

조각을 향한 움직임은 가상 세계에서도 발생한다. 채집한 3D 데이터를 소프트웨어 상에 불러왔을 때 온도, 습도, 중량, 재질, 배경이라 부르는 풍경, 조각이 함께하고 있는 현장의 모든 아우라가 소거된 채 대상의 회색 껍데기만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력에서 벗어난 개체를 조우한다. 3D 기즈모(3D gizmo)를 움직여 가며, 나는 자의적으로 개체 간의 비율과 기울기를 바꾸기도 뒤집기도, 비틀기도 한다. 모니터 안에서 커서와 오브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복잡한 곡예 비행을 한다.

3축으로 구성된 3D 프린터와 CNC 설비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익스트루더(Extruder)나 스핀들(Spindle)을 보면 입체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극성스럽게 효율적이다. 기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 없이 많은 축을 움직이는 사람의 조각행위가 오히려 불규칙하고 불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조각을 향한 복잡한 신체의 움직임이 우아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조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선들은 관찰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수에 대응하며 창작에 즐거움을 더한다. 기계의 움직임에서 금방 진부함을 느끼지만 누군가의 조각 행위는 끊임없이 궁금증을 더해간다.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의 추이를 묘사하는 행위는 조각의 동세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과정에서 무한한 움직임을 만든다. 이러한 경험을 '조각적 운동'이라 부르고 싶다. 조각은 그렇게 감상과 제작에 있어 신체와 결합하며 끊임없이 움직임을 유발한다. 본 전시를 통해 기록의 과정, 기술의 운용, 재현의 수법을 모두 임시적인 형태로 나열하여 조각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에 집중하고자 한다. 전시장에서 조각의 임시적 상황, 과정을 드러내며 관람자와 함께 감상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동선을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오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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